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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식, 김돈희, 오세창, 이도영, 나수연, 정태석 6인이 '유지란사형거有芝蘭斯馨居'를 순서대로 한 글자씩 써서 완성한, 유례가 드문 합작서 편액 글씨이다. 서체와 글씨의 균형을 잘 맞추어 한 사람이 쓴 듯 완성도가 높은 글씨이다. 이 편액 글씨는 임실 출신으로 한일은행 전무, 동양척식주식회사 감사로 활동했던 대부호인 일정 백인기日亭 白寅基(1882-1942)에게 써준 것이다. 글씨 좌우에는 안중식이 글씨를 쓴 인물들의 명단과 수신인을 적었다.
글씨 바깥 부분에는 1947년 이 작품을 본 오세창이 종이를 덧대어 우측에는 '육인합서액'이라 제목을 쓰고 좌측에는 훗날 우연히 이 글씨를 보고 느낀 소회를 적은 글을 붙여 놓았다.
光陰同逝水 忽忽三十年
書畵鳴世之五君 今焉墓木皆拱
遂令騷壇實寥昌 百劫餘生一息獨存
偶然再見此鴻雪之留痕 萬緖榮懷感慨無量
迺援筆題之 不知是淚是墨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 어느덧 삼십 년이 흘렀네.
글과 그림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치던 다섯 분은 이제 모두 세상을 떠나 그 무덤 위에 나무가 우거졌네.
그리하여 시문의 세계가 적막하게 되었구나. 오랜 세월이 흘러 살아남은 이는 나 하나 뿐,
우연히 이 홍설의 자취를 다시 보니, 마음 속에 만 가지 감정이 일어나고 감회가 한량없구나.
이에 붓을 들어 몇 자 적어보지만, 이것이 눈물인지 먹물인지 알 수 없네.